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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록

[일상록] 웃긴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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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쌤입니다. 일상 속에서 저희 어머니와 나눈 대화와 일상 중 정말 웃겼던 경험을 모아 여러분과 공유하고자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어머니가 명예퇴직을 하시고 전보다 여유롭고 약간은 게으르게 행동하시게 된 점을 인지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머니의 행동과 말의 불일치

저희 어머니는 종종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십니다. 예를 들어, "안 뺏어 먹어!"라고 하시면서 이미 햄버거집에서 저의 감자튀김을 입에 넣고 계시거나, "운동 가야 되는데"라고 말씀하시면서 당당히 소파에 누워 계십니다. 맨날 살 뺀다고 고민인 어머니의 언행불일치가 재밌으면서도 황당합니다. 또 일과 중에 자주 "아, 할 일 많은데..."라고 하시면서도 요즘 재미 붙이신 뜨개질만 계속하고 계십니다. 약 일주일 동안 하루 종일 뜨개질로 가방만 10개째 만드시며 해야 할 일이 많다고 한탄만 하십니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순간도 뜨개질을 하고 계실 겁니다. 

평상시에 근면 성실, 꾸준함, 부지런함을 강조하시던 저희 어머니가 명퇴를 하시고 나서는 삶의 태도가 180도 바뀌었습니다. 은퇴 후에는 여유를 즐기시는 모습이 이해가 되면서도, 일평생 시간에 대해 누구보다 철저하셨던 어머니가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싶어 놀랍습니다. 최근에는 제가 어머니보다 더 일찍 일어나고, 제가 어머니를 깨우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가끔 과거의 부모와 자식의 역할이 뒤바뀐 것 같아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어머니를 도울 수 있어 기쁘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속마음 해석하기

저희 어머니는 종종 본인의 속마음을 제가 당연히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다. 예를 들어, 제가 "주차장 어디에 있어?"라고 물으면 저희 어머님은 "사거리 신호등 옆 빌딩 거기에 있어"라고 대답하십니다. 저희 동네는 사거리도 많고 신호등도 많습니다. 그 많고 많은 건물의 주차장 중 정확히 저희 어머니가 의도하는 주차장을 파악하는 것은 수능 국어에서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보다 더 어려울 듯합니다.
 
비슷한 일화로 어머니는 고등학교 선생님이셔서 제자가 많으신데, "아들, 제자 김OO 생각나지?"라고 물으면 제가 바로 누구를 뜻하는 건지 이해하리라 생각하십니다. 제가 잘 모르겠다고 하면 “아 저번에 만났잖아”라고 저희 어머니께서 답변하시는데, 야속하게도 제가 만난 저희 어머님의 제자분들이 꽤 많습니다.
 
이렇듯 제가 저희 어머님의 대화를 잘 이해 못하겠다고 하면, 어머님께서 저에게 항상 말해주는 일화가 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물' 발음이 안 돼서 '우에'라고 표현했는데, 어머니는 해당 표현을 이해하시고 바로 물을 저에게 줬다고 합니다. 이제 성인이 된 아들놈인 제가 아직도 어머님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니, 어머님의 약간 엉뚱한 아쉬움도 이해합니다. 어머니의 경지에 도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었나 봅니다.

어머니의 성격의 변동성

저희 어머니는 가끔 성격의 일관성이 많이 흔들리십니다. 특히 아침이 정말 재밌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평일 아침은 기계처럼 6시 반 전후로 일어나십니다. 일어나시자마자 저를 깨우는데, 저를 깨울 때는 "아들 벌써 8시여"라며 깨우십니다. 이렇듯 저희 어머님은 자칭 아침 시간을 알차고 일과를 꼼꼼히 준비해오셨습니다. 하지만 평일 오전 십중팔구는 차 열쇠를 찾으십니다. 대다수는 저희 어머니께서 본인 핸드백에 전날 미리 챙겼거나, 본인 손에 들고도 인지하지 못하고 차 열쇠를 찾으십니다. 이런 예기치 못한 허당끼가 있으십니다.
 
오전에 저를 1시간 30분가량의 속임수를 사용하며 깨우실 정도로 저희 어머님은 시간에 엄격하십니다. 특히 외출 준비하실 때는 2시간 전부터 외출준비를 하십니다. 물론 여성분들이 외출준비를 하려면 남성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리는 점은 알고있습니다. 하지만 저희 어머니는 저조차도 2시간 전부터 준비하길 재촉하십니다. 물론 저 또한 나이가 들며 조금씩 꾀를 부려 최근에는 30분 만에 준비를 마칩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제가 꾸물거려 자주 혼났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제가 좀 더 일찍 준비를 마치는데, 어머니께 "엄마 이제 가자~"라고 말씀드리면 여전히 버럭하십니다. 아 물론, 제가 늦게 준비해도 제가 늦는다고 여전히 화를 내십니다. 제가 일찍 준비를 마쳐도, 늦게 준비를 마쳐도 저희 어머님은 저에게 화를 내십니다. 하지만 막상 "엄마, 화났어?"라고 물어보면 "엄마 원래 말투가 그래~"라고 답하십니다. 시간을 여유롭게 준비하지 않는 것에 불편해 하십니다. 이렇듯 어른의 대화법을 해석하기란 참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다이어트를 시도 중인데, 어머니는 하루는 굶는 저에게 가엽다며 먹을 것을 권유하시고, 또 어떤 날에는 살 빼라고 밥을 너무 적게 주십니다. 저도 인간인지라 이럴때는 서운함에 눈물이 앞을 가립니다. 앞선 외출 준비하는 일과와 비슷합니다. 먹을걸로 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변함이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어머님은 혼자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십니다. 그래도 북과 장구까지 치는 에너지가 남아있음에 항상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어머니는 늙지 않습니다

저희 어머님은 저를 엄하게 키우셨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부터 혼날 때마다 느꼈던 저희 어머니 특유의 에너지 넘치는 행동과 목소리는 여전하십니다. 나이를 먹으면 살도 빠지고 힘도 약해진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저희 어머니는 오히려 살이 찌셨습니다. 가끔 저의 부어오른 뱃살을 한 대씩 치는데, 아직도 꽤 많이 아픕니다. 저희 어머님의 옛날 손맛 그대로입니다. 저희 어머님이 이글을 읽고 또 저에게 버럭 하실까 걱정입니다. 은퇴 후 어머니의 시간이 거꾸로 흐르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저희 어머님의 매콤함과 엉뚱함을 30년 가깝게 견디고 있는 저에게 속으로 박수와 토닥거림을 선물합니다. 참고로 저희 어머니는 살이 많이 쪄서 체형이 달걀형이십니다. 물론 밑면이 더 넓적한 달걀형 체형이십니다. 그래도 그 체형을 보고 있으면 참 든든합니다. 어머니가 저의 아군임이 참 행복합니다.

마무리 하며

글을 마치며, 이렇게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를 나누다 보니, 다시금 일상 속의 소중한 순간들을 되새기게 됩니다. 여러분들도 가족과 함께한 소중한 순간들을 떠올리며 웃음 지을 수 있는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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