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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록

[일상록] 전역 소감

안녕하세요. 드디어 오랫동안 기다려온 전역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2022년 12월 12일에 육군에 입대하여 2024년 6월 11일에 전역하였습니다. 전역을 기념하며 소감을 나누고자 합니다.

군생활은 자기개발의 기회입니다.

군생활 동안 생각보다 자유 시간이 많았습니다. 근무 시간에도 쉬는 시간이 주어질 때가 있었고, 계획된 작업이나 훈련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있어 의도치 않게 자유 시간이 꽤 생기곤 했습니다. 일과 중에도 단순 대기를 하는 시간이 있어 나름대로 자유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사회만큼의 자유는 없지만, 규정과 지침을 따르면서도 시간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았습니다.

저는 군생활 동안 영어 동아리를 꾸려 영어 공부를 하였습니다. 입대 전 토익 만점을 받은 경험이 있었기에 영어 동아리장이 되었고, 중대의 지원을 받아 동아리원들과 총 두 번의 토익과 한 번의 오픽 시험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토익 시험 준비에서는 동아리원들이 영어에 대한 감각을 익히는 것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이 과정 동안 지문을 꾸준히 복습하고 소리 내어 읽기를 연습하며 오픽 시험을 준비하였고, 두 번째 토익 시험에서는 최대한 높은 점수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비록 일주일에 3시간 정도만 동아리 활동을 하였지만, 동아리원들은 자유 시간에 단어를 외우고 스크립트를 소리 내어 읽으며 부족한 영어 공부를 보충하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는 오픽 시험에서 최고 등급인 AL 등급을 받았고, 동아리 대다수의 인원들이 평균 200점 이상 토익 점수를 올렸습니다. 영어 동아리장이었던 저에게도 매우 뿌듯한 기억입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사회에 나와서도 비는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운동, 코딩 공부 등 자기개발을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군생활 동안의 자기개발 경험은 제게 큰 자산이 되었고, 앞으로도 꾸준히 자기개발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전우애는 강력합니다.

전우애가 없었다면 저는 군대에서의 훈련을 못 버텼을 겁니다. 서로 응원하고 살펴주며 훈련을 견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전우애는 전쟁 영화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화려한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 전우애는 한 번씩 살펴주고 괜찮은지 서로 물어봐주는 정도입니다. 저 혼자 훈련받는 것도 힘든데, 이 와중에 남에게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고맙게도 저의 전우들은 서로 나름대로 잘 챙겨줬습니다. 혹한기에 단순 대기 시간임에도 묵묵히 저와 같이 짐을 옮겨줬던 선임분들, 저에게 핫팩을 나눠줬던 동기들, 너무 고마웠습니다. 화려하지 않을지라도, 그런 소박한 도움과 배려가 영하의 날씨를 견디게 해주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군 생활 이후, 저는 이러한 소박한 도움의 경험을 토대로 평소 타인에게 무관심했던 저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학교에서나 학원 알바 때 주변인들에게 무관심하고 저의 업무에만 집중하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있는 지금, 대학원 입학 후에는 저의 학업 동기들 및 선후배님들께 먼저 다가가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자 합니다. 저의 성격상 처음은 조금 서툴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맺어진 인간관계를 통해 서로 담백한 도움을 주고받으며 절대 쉽지 않은 대학원 생활을 원활히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신체적 노동의 가치를 배웠습니다.

저는 한평생 책상 앞에서 공부만 해왔습니다. 어머니는 교사이시고 아버지는 회사원이셔서, 저 역시 공부에 집중하는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아르바이트도 주로 과외나 학원 관련 일이었기 때문에, 신체적 노동에는 거의 경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훈련병 과정을 마치고 자대에 배치된 후,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1월에 자대 배치를 받았는데, 혹한기 준비 기간이어서 첫날부터 각종 훈련 물자를 창고에 정리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자대에 도착하자마자 한 겨울 눈을 맞으며 2.5톤 트럭 두 대에 물자를 가득 채웠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훈련이 끝난 후에도 도로 보수 작업, 페인트 작업, 진지 공사, 예초 작업 등 다양한 신체적 노동이 이어졌습니다. 특히 여름 무더위 속에서 예초 작업을 할 때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팔이 저리도록 아팠던 경험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신체적 노동과 저의 일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회에 나와서는 제가 직접 신체적 노동을 하지 않지만, 누군가는 제 몫까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마음 편히 공부할 수 있는 것도 누군가 묵묵히 저 대신 노동을 수행해 주기 때문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에 노동의 소중함을 인지하지 못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며, 다양한 분야의 노동자분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글을 마치며

솔직히 글을 적고 있는 지금 이 순간도 제가 전역을 했다는 점이 꿈만 같습니다. 그만큼 힘들었고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길었던 군 생활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들을 견디며 나름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국방의 의무와 책임을 다하고 있는 모든 국군 장병들께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