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장 세대 간의 전쟁: Battle of the Generations
부모의 투자와 유전적 역학
도킨스는 제8장에서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행위가 유전자 생존 및 복제를 위한 어떠한 역할을 하는지 탐구합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음식, 보호, 교육 등과 같은 자원은 한정적이며, 이는 유전적 생존을 극대화하기 위해 신중히 분배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R.L. Trivers가 정의한 "Parental Investment (PI, 부모투자)"는 한 자녀에게 할당된 부모 자원의 비용이 다른 자녀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측정됩니다. 이러한 자원 분배는 자녀의 번식 성공과 부모의 유전적 유산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도킨스는 더 나아가 부모가 유전적으로 모든 자녀와 동일하게 연결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원 분배 전략이 자식 간에 항상 공평하지는 않을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자녀의 건강, 나이, 번식 가능성 등 다양한 요인이 자원 배분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한 배에서 태어난 약한 개체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약한 개체는 생존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하거나, 반대로 더 건강한 형제들의 생존을 위해 희생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부모의 전략적 결정이 유전자 전파에 미치는 복잡성을 보여줍니다.
폐경의 진화적 의미
도킨스는 이어서 폐경의 진화를 다룹니다. 도킨스는 폐경이 단순한 생리적 현상이 아니라 진화적 관점에서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는 폐경을 여성의 생식 능력이 나이와 함께 점진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아니라 급격히 멈추는 현상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단순히 생물학적 퇴행의 결과가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해 유전적으로 조정된 적응적 특성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제시합니다.
폐경의 진화적 기원을 이해하기 위해 도킨스는 여성의 나이에 따른 양육 효율성의 감소를 논의합니다. 젊은 어머니가 낳은 아이는 비교적 높은 생존 가능성을 가지지만, 나이가 많은 어머니가 낳은 아이는 육아 효율성의 감소와 다양한 위험 요소로 인해 성인까지 생존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이가 많은 어머니가 새로운 아이를 낳는 대신 이미 성숙한 손자에게 자신의 자원을 투자하는 것이 유전적 관점에서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grandchild altruism (손자 이타주의)"로 불리며, 손자와 공유된 유전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어머니가 생식에서 손을 떼는 진화적 전략을 반영합니다.
도킨스는 이러한 논의에서 Medawar 가설과 연결시킵니다. Medawar 가설은 개체의 노화와 생식 효율성의 감소가 자연선택의 결과임을 설명하는 이론입니다. 젊은 나이에 번식 성공률이 높은 개체의 유전자는 자연선택을 통해 선호되며, 노년기의 생식은 선택압의 영향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성의 생식 능력이 폐경을 통해 급격히 멈추는 것은, 나이 많은 여성의 생식이 생물학적·진화적 비용이 더 높아지는 시점에서 이를 줄이기 위한 적응적 메커니즘일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Should a mother have favourites, or should she be equally altruistic towards all her childern?
부모-자녀 간 갈등과 자원 분배
도킨스는 부모-자녀 간 갈등(parent-offspring conflict)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젖을 떼는 시기를 부모-자녀 간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로 도킨스는 제시합니다. 어머니는 자녀가 독립적으로 음식을 구할 수 있을 만큼 성장했을 때 젖을 떼려 합니다. 이는 어머니가 다음 자녀를 낳고 양육하기 위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자녀는 젖이 지속적으로 제공되는 편리한 자원이라는 점에서 이를 계속 요구하며 저항할 수 있습니다. 이 갈등은 어머니와 자녀 간 유전적 이익의 불균형에서 비롯됩니다.
어머니는 모든 자녀와 동일하게 50%의 유전적 관련성을 가지므로, 현재 자녀뿐만 아니라 미래에 태어날 자녀들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반면, 현재 자녀는 자신에게 더 많은 유전적 이익이 있으므로 어머니가 다음 자녀를 위해 자원을 절약하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가능한 한 오래 젖을 먹으려 합니다. 이렇게 이기적 유전자의 관점으로 부모-자녀 간 갈등이 해석이 됩니다.
이러한 갈등은 자연선택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현상입니다. 어머니는 젖을 떼어 자원을 새로 태어날 자녀에게 투자하려 하지만, 현재 자녀는 이를 자신의 생존에 위협으로 인식하고 저항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젖을 떼지 못한 자녀는 더 많은 자원을 얻기 위해 더 크게 울거나 어머니를 조작하려는 행동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자녀가 자원 할당을 둘러싼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진화적 전략으로 이해될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갈등은 자연선택의 결과로 어느 정도의 타협점에서 균형을 이루게 됩니다. 어머니는 자녀의 생존 가능성을 보장하면서도, 자원을 절약해 다음 자녀에게 투자하려는 최적의 시점을 찾아야 합니다. 자녀 역시 어머니의 자원을 계속해서 요구할 수는 있지만, 자신이 형제의 생존에 지나친 위협을 가할 경우, 유전적 관련성(50%) 때문에 자기도 손해를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녀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 하면서도 형제와의 경쟁에서 적절한 수준에서 멈추는 진화적 전략을 발전시키게 됩니다. 이러한 균형점은 제5장에서 다루었던 ESS와 일맥상통합니다.
부모의 통제력에 대한 이론적 도전
도킨스는 부모와 자녀 간의 관계를 단순히 부모의 우위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주장하며, 이 관계의 복잡성을 진화적 관점에서 분석합니다. 부모는 크기, 힘, 경험, 그리고 자원의 통제라는 점에서 분명히 우위를 가지지만, 자녀 역시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교한 전략을 활용하여 부모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려 합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자녀의 울음소리와 미소입니다. 신생아의 울음소리는 단순히 배고픔이나 불편함을 알리는 신호로 작용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부모에게 긴급성을 전달하며, 즉각적인 보살핌을 요구하는 도구로 진화했습니다. 부모는 울음소리를 무시할 경우 자녀의 생존 가능성이 감소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자녀의 미소는 부모에게 긍정적 피드백을 제공하여 보살핌의 지속성을 강화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자녀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려는 유전자 수준의 전략으로 이해됩니다. 이렇게, 자녀의 이러한 행동은 단순한 의사소통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부모로 하여금 자녀에게 자원을 더 많이 할당하도록 유도하는 진화된 메커니즘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도킨스는 더 나아가 R.D. Alexander의 이론을 반박합니다. R.D. Alexander는 부모가 자원의 통제권을 가짐으로써 부모-자녀 간 갈등에서 항상 우위를 점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부모는 자원을 배분할 권한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녀의 요구를 제한하거나 거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자원의 배분을 제한하거나 자녀의 과도한 요구를 무시할 수 있다면, 자녀는 이 상황을 바꿀 물리적 수단이 부족하므로 순응해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도킨스는 Alexander과 다르게 자녀 또한 부모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앞서 언급한 울음소리와 미소는 부모에게 심리적, 정서적 영향을 미치며, 부모가 자녀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특히, 자녀는 자신의 상태(배고픔, 불편함 등)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해 부모를 조작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자녀는 배가 고프지 않을 때도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울음을 과장하거나, 부모가 원하는 긍정적 반응을 미소로 제공하여 더 많은 관심을 유도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요구가 진실인지 아닌지를 완벽히 판단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자녀는 이점을 활용하여 부모의 행동을 효과적으로 조종할 수 있습니다. 갓 태어난 신생아조차도 유전적으로 타인을 조종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는 점이 정말 신기할 따름입니다.
가족 갈등의 진화적 맥락
도킨스는 뻐꾸기의 사례를 통해 극단적인 생존 전략이 어떻게 진화의 산물로 나타나는지를 설명합니다. 암컷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몰래 낳아 양육의 부담을 다른 종에게 떠넘깁니다. 뻐꾸기 새끼는 태어나자마자 둥지에서 다른 알을 밀어내어 경쟁자를 제거하고, 양부모의 모든 자원을 독점적으로 확보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뻐꾸기 새끼는 울음소리를 과장해 양부모가 더 많은 보살핌을 제공하도록 유도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양부모가 뻐꾸기 새끼를 자신의 자식으로 착각하고, 본능적으로 자원을 쏟아붓게 만드는 효과를 냅니다.
이러한 전략은 인간의 관점에서 볼 때 잔혹하게 보일 수 있지만, 진화적 압력 아래에서 생존과 번식 성공을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선택된 결과로 이해됩니다. 뻐꾸기가 보여주는 행동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유전자가 자신의 복제를 보장하기 위해 설계된 정교한 메커니즘입니다. 경쟁자를 제거하고 자원을 독점함으로써 뻐꾸기 새끼는 자신의 생존 가능성을 극대화하며, 이 행동을 가능하게 한 유전자는 다음 세대로 전달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도킨스 이러한 뻐꾸기의 행동을 가족 구성원 간의 동태(動態)로 확장하여 논의합니다. 인간 자녀는 뻐꾸기처럼 극단적인 수준의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지는 않지만, 유사한 경쟁과 조작의 전략이 가족 내에서 존재한다고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자녀가 부모의 관심과 자원을 독점하려는 행동은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유전적 이익이 형제나 근친의 이익과 충돌할 때 나타나는 본능적 경향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갈등은 도덕적 선택이 아니라, 자연선택에 의해 형성된 진화적 전략임을 도킨스는 강조합니다.
결론: 진화와 도덕적 관점의 균형
도킨스는 인간 사회에서 이타주의와 협력을 장려하는 문화적 가르침의 필요성을 강조합니다. 문화는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이 생물학적 본성을 넘어설 수 있게 해 줍니다. 이타주의와 협력을 문화적으로 가르침으로써 이러한 본능적 경쟁 경향을 완화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자연선택의 산물인 본능적 행동을 넘어, 인간이 형성한 사회적 규범과 문화가 유전자 성공과 인간 사회의 조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결론으로 이어집니다. 인간의 문화와 관련해서는 제11장에서 더 자세히 다룹니다.
이렇게 도킨스는 생물학적 영향과 문화적 영향을 아우르는 긴장 관계를 강조하며 마무리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이기적 유전자 이론은 가족 내 경쟁과 갈등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이타주의와 협력을 장려하는 문화적 가르침의 필요성을 보여줍니다. 생물학적 명령과 인간 가치 사이의 상호 작용에 대한 이 이중적 관점은 유전학과 인간 행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찰을 제공합니다. 개인 적으로는 세대 간의 불화가 진화론 적으로 태초부터 생물에 내재되어 있다는 점이 참신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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