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장 자기 복제자 : The Replicators
초기 진화의 근원 : 안정성
도킨스는 2장에서 태초의 지구에서 자기복제 기작의 탄생 과정을 서술합니다. 도킨스에 따르면 초기 진화의 원천은 안정성입니다. 안정적인 구조는 더 오래 유지되고 반복적으로 발현된다고 도킨스는 설명합니다. 이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내용입니다. 불안정한 구조는 빠르게 분해되며, 그 자리를 상대적으로 더 안정적인 구조가 차지하게 됩니다. 이렇듯 태초 지구의 진화 과정은 단순한 화학적, 물리적 작용에 의해 이루어졌습니다. 원자들의 결합을 통한 안정적인 분자의 형성은 초기 단계의 진화를 이끕니다. 이는 매우 긴 시간 동안 더 안정적인 구조의 분자를 형성하게 됩니다. 충분히 긴 시간 동안 안정성을 추구한 결과, 형성된 분자는 매우 정밀하고 정교한 형태를 띠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시는 적혈구를 구성하는 헤모글로빈입니다. 헤모글로빈에는 두 가지의 단백질 체인이 있으며, 이들이 서로 얽히고 접합하여 안정적인 구조를 형성합니다. 단백질 체인의 구성 단위인 아미노산의 순서는 절대 다수의 인간에게 동일하게 발견됩니다. 결론적으로, 헤모글로빈은 서로 정확히 같은 모양을 지니며, 단백질 체인이 동일한 형태로 얽혀 있습니다. 이는 곧 헤모글로빈이 안정적인 구조임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안정성을 추구하는 구조의 진화만으로는 인간처럼 매우 복잡한 형태를 지닌 생명의 발현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단위 분자들이 서로 모여 있어도, 결합 방법이 너무 다양하기에 안정성을 추구하는 화학적 작용만으로는 인간 형태의 발현을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더 복잡한 형태의 발현을 위해 도킨스는 다윈의 이론을 활용합니다.
Evolution is something that happens, willy-nilly, in spite of all the efforts of the replicators (and nowadays of the genes) to prevent it from happening.
복제하는 분자의 탄생
이어서 도킨스는 독자들에게 한 가지 과학 실험을 소개합니다. 이 실험에서 화학자들은 물, 이산화탄소, 메테인, 암모니아가 들어있는 플라스크에 전기 스파크를 가했습니다. 이 네 가지 화합물과 전기 스파크는 각각 초기 지구의 대기와 번개를 모방한 것입니다. 실험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스파크를 통해 기존의 네 가지 화합물로부터 더 복잡한 형태의 분자가 생성되었습니다. 여기에는 단백질과 DNA의 구성 단위인 아미노산, 퓨린, 피리미딘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생명체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위한 필수 분자들이 생성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초기 지구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자들은 오랜 시간 동안 생성되며 곳곳에 서로 뭉쳐 있을 수 있었습니다.
도킨스에 의하면, 분자가 축적되는 수억년의 과정속에서 복제성을 지닌 분자가 우연에 의해 발현합니다. 수억년의 시간이 주어지면,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도 충분히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로또 당첨 확률이 매우 낮지만, 수년이 주어지면 한 번 이상 당첨될 확률이 매우 높아지는 원리와 같습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복제성이라는 특성은 한 번만 발현되면 유지되는 특성입니다. 초기의 복제성 분자는 자신을 주형(Template)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음각과 양각이 서로 맞물리듯이, 복제의 결과물은 반주형(Anti-template) 구조를 띠게 되며, 주형과의 결합 또한 매우 안정적입니다. 또한, 생성된 반주형 결과물은 다음 복제 과정에서 주형 결과물을 생성하게 됩니다. 이렇게 주형과 반주형 구조는 서로의 복제를 위한 주형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복제성은 한 번만 발현되어도 유지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복제성을 지닌 분자인 DNA가 탄생하게 됩니다. 음각과 양각이 맞물리는 구조를 지닌 DNA는 그 특유의 안정성 덕분에 초기 지구에 빠르게 퍼지게 됩니다.
새로운 진화의 근원 : 복제오류
복제 분자의 탄생은 새로운 진화의 원천을 의미합니다. 그것은 바로 복제 오류입니다. 자연에는 완벽한 정확성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초기의 복제 분자보다 복제 오류가 훨씬 적은 DNA조차도 복제 오류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이전 세대와 조금 다른 복제 분자가 복제의 결과물로 나타나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복제가 진행되면서 이러한 오류는 축적됩니다. 오류의 정도와 종류에 따라 생성되는 분자의 복제력은 다양해졌습니다. 특정한 결과물이 다른 복제물보다 더 많이 존재하게 된 것입니다.
도킨스는 더 많이 존재하는 복제 분자의 세 가지 특성을 정리해줍니다. 첫 번째는 분자의 지속성입니다. 더 오래 유지되면 본인을 오랫동안 주형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짧게 유지되는 분자는 그만큼 복제의 기회가 적어 복제에 불리합니다. 두 번째 특성은 복제 속도입니다. 복제 속도가 빠를수록 경쟁자보다 다음 세대에 더 많은 복제물을 남길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특성은 복제의 정확성입니다. 아무리 많이 복제해도 복제 과정이 정확하지 않으면 분자의 보존에 불리합니다. 이렇게 다량으로 발견되는 분자는 오래 존재하고, 복제 과정이 빠르고 정확하다는 특성을 보입니다.
여기서 혼란을 방지하고자 한 가지 짚어야 할 점이 있습니다. 복제 오류는 다양한 복제 분자를 생성하게 하지만, 반대로 특정 복제 분자의 보존에는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언뜻 아이러니한 이러한 진화의 특성은 진화를 더 포괄적으로 바라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자연은 완벽한 정확성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이렇기에 기나긴 진화 과정에서 다양한 특성을 가진 분자의 발현은 필연적입니다. 복제의 정확성 또한 다양하게 발현될 것입니다. 이렇기에 복제 과정이 더 정확한 분자가 더 많이 남게 되는 것입니다. 진화는 가치 판단으로부터 독립적입니다. 복제 오류가 진화에 좋고 나쁘고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킨스는 철저하게 진화에서 관찰되는 자연 현상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궁극적 진화의 근원 : 경쟁
이어서 도킨스는 경쟁의 발현 과정을 설명합니다. 지구의 자원은 한정적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복제에 필요한 기초 분자가 고갈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복제를 지속하는 분자에게서 새로운 특성이 발견됩니다. 바로 이웃 복제 분자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파괴한 분자의 기초 분자를 본인의 복제를 위해 활용하는 특성이 발현됩니다. 이러한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특성도 발현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창과 방패를 겨누며 복제해야 하는 단계가 된 것입니다. 바로 경쟁의 시작입니다. 복제 분자는 공격과 수비를 강화하기 위해 본인을 다양한 성분으로 감싸게 되는데, 이는 세포의 시초가 됩니다. 효과적으로 본인을 보호하고 자원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복제 분자들은 생존에 유리하게 되었습니다.
태초의 세포로부터 매우 긴 시간이 지났습니다. 수없이 긴 시간 동안 세포는 더 정교하고 복잡해졌습니다. 추가적으로, 기존에는 독립적으로 존재했던 세포들도 서로 뭉쳐 하나의 집단으로 존재하게 됩니다. 이러한 세포들이 진화를 거듭하며 인간을 비롯한 매우 복잡한 생물을 형성하게 됩니다.
도킨스는 이러한 복제 분자가 현재 세포 속의 유전자임을 밝히며 2장을 마무리합니다. 수억 년 동안 경쟁한 유전자, 그리고 이로 인해 탄생한 복잡하고 정교한 생물들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황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지금 이 순간도 진화가 진행된다는 점이 정말 놀라울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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